다시 진교(秦艽)를 찾아서
Reexamination of plant name, Jing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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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향약채취월령>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고전 본초서에 나오는 진교는 지금까지 큰잎용담, 진범, 그리고 쥐꼬리망초 등으로 알려져 왔다.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른 실체를 인정해온 것이다. 그러나 중국 고전 본초서와 우리나라 고전 본초서를 검토한 결과 중국 고전 본초서에 나오는 진교는 국내에는 분포하지 않은 큰잎 용담 또는 소박골로 파악되었다. 현대 중국 식물학 관련 문헌에서는 진교를 큰잎용담으로 간주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전 문헌에 나오는 진교는 진범 또는 쥐꼬리망초로 간주되었으나, 우리나라에는 진교가 분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식물명 진범은 진교의 이체자명을 잘못 읽은 것으로, 중국 고전과 우리나라 고전에 나오는 진교와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식물학 문헌에서 진범이라는 식물명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국명 역시 학명과 마찬가지로 국명 역시 “명칭 사용의 안정성”을 고려하여 진범이라는 국명을 사용할 것으로 제안한다.
Trans Abstract
The Korean medicinal plant name written in Chinese script, Jingyo, is somewhat confusingly used in the Korean modern literature. This name was assigned to at least three species, with examples being Gentiana macrophylla, Aconitum pseudolaeve, and Justicia procumbens. To clarify the taxonomic identity of Jingyo, these names were examined based on the Chinese classics and Korean classics and compared them with the modern flora of both China and Korea. In China, Jingyo was considered as Justicia gendarussa or Gentiana macrophylla. In Korea, Jingyo was considered as A. pseudolaeve or J. procumbens. However, it was concluded that Jingyo is not distributed on the Korean Peninsula. In addition, although the Hangeul name Jinbeom was the result of the misreading of the Chinese script Jinbong, another Chinese term for Jingyo, this name is used in many modern studies related plant taxonomy. Hence, we also propose Jinbeom as the conserved Hangeul name of A. pseudolaeve.
식물명 진교(秦艽)에 대한 특별기고문 “진교를 찾아서”가 2009년 본 학회지에 게재되었다(Lee, 2009). 이 기고문에 따르면 “진교는 바다를 건너오면서 용담과 식물에서 Aconitum pseudolaeve Nakai var. erectum Nakai라는 학명을 단 미나리아재비과 초오속의 식물로 바뀌”었고, 중국에서는 진교가 용담과에 속하는 Gentiana macrophylla Pallas를 지칭한다. 그리고 진교는 한국 특산이기에 이름도 우리가 따로 지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진교와는 상관없는 엉뚱한 식물 이름을 중국에서 가져왔다고 이 기고문은 지적했다.
실제로 진교라는 이름은 생약학 또는 본초학 분야에서는 약재명으로 큰잎용담, 즉 Gentiana macrophylla로 알려져 있다(Noh and Lee, 1983, 1986; Lee et al., 2001; Cho et al., 2009). 그런데 큰잎용담은 우리나라에는 자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배도 거의 하지 않아 중국에서 진교를 수입하여 약재로 사용하고 있다(Lee et al., 2001).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분류학 분야에서는 진교(秦艽)라는 식물명을 진범(秦芃)으로 표기하면서 Aconitum pseudolaeve (≡A. locyanum (R. Raymond) Nakai)로 인식하고 있다(Lee, 2002; Lee, 2005). 그런가하면 1947년부터 1957년 사이에 조선어 학회(후일 한글학회로 개명)에서 발간한 <큰사전>에는 진교(秦艽)는 진범(秦芃)과 같은 이름이며 쥐꼬리망초라고 설명되어 있다. 진교(秦艽)라는 하나의 식물명에 대해 학문 분야에 따라 서로 다른 3종류의 식물로 간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채취할 수 있는 약재들을 사람들이 바르게 채취할 수 있도록 그 시기에 따라 월별로 약재명과 약재의 향명, 즉 우리말 이름을 기록하여 1431년 편찬된 <향약채취월령鄕藥採取月令>에는 진교가 2월에 채취하는 약재이며, 망초(網草)라고 부른다고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은 왕의 명령에 따라 간행되었고, 이 책 발문(跋文)에 “우리 땅에서 나는 약재 수 백여 종을 두루 살피고, 먼저 향명을 달고 다음으로 약의 성미ㆍ채취 시기ㆍ건조 요령을 모두 본초 서적들에 근거하여 남김없이 찾아(徧考土産藥材凡數百餘種, 首注鄕名, 次以味若性, 春秋採取之早晩, 陰陽乾暴之善惡, 悉據本草諸書, 搜剔無遺)” (Database of the Classics in Korean Medicine, 2017)서 편찬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진교가 우리나라에 자생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1433년 편찬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독성이 없다(無毒)고 하고, 이어서 1061년 중국에서 발간된 <본초도경本草圖經>의 설명을 인용하여 “뿌리는 토황색이며 서로 엉켜있으며, 길이는 약 30 cm이며, 굵기가 일정하지 않다. 줄기와 가지는 15−18 cm 정도이다. 잎은 가장자리가 파도처럼 생겼으며, 줄기에 달라붙어 있으며, 색은 푸른색으로 상추와 비슷하다. 6월에 칡꽃처럼 자주색으로 꽃이 피고, 그 달에 열매가 맺는다(根土黃色 而相交糾 長一尺已來 麤細不等 枝稈高五六寸 葉婆娑 連莖梗俱靑色 如萵苣葉 六月中開花 紫色似葛花 當月結子)”라고 되어 있다. 또한 1454년에 발간된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는 우리나라의 지역별 토산물이 나열되어 있는데, 강원도 양양, 영월, 원주, 함길도 길주, 경상도, 황해도 등 4개도 21개 군현의 약재 공물로 진교가 게재되어 있다. 그리고 <세종실록지리지>의 번역본 일부에는 진교가 쥐꼬리망초(Justicia procumbens L.)로 번역되어 있다.
한편 식물명 진범은 잘못된 명칭이므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고(Lee, 2002), 진범은 우리나라 특산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름으로 중국에도 자라는 식물의 한자명을 쓰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도 있어(Lee, 2009), 진교라는 식물명의 분류학적 실체 규명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밖에도 Li et al. (2003)은 <본초강목>에 나오는 진교를 소박골, 즉 Justicia gendarussa L. f.로 간주했으나,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고려할 때(in all probability)”라고만 쓰고 있어, 이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진교의 실체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진교라는 이름만으로 약재로 이용되는 경우도 발견된다(see Park et al., 2007). 그러나 식물명의 분류학적 실체를 잘못 인지하고 약재로 사용할 경우, 사람들의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식물명 ‘진교(秦艽)’의 분류학적 실체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국명을 파악하고자 했다.
재료 및 방법
식물명‘진교(秦艽)’의 분류학적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이들이 기록된 중국 고전과 우리나라 고전에서 이들의 용례를 검색했다. 특히 진교가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식물이라는 설명이 있는 <향약채취월령>은 고려대학교 해외한국학자료센터(Center for Overseas Resources on Korean Studies, 2017)에 소장중인 판본(청구기호 L174660)을 검토했다. 중국 고전은 중국 고전의 원문 이미지와 텍스트 파일을 제공하는 중국철학서전산화계획(Chinese Text Project, 2017)과 텍스트 파일만을 제공하는 중국의학상식 (Center for Chinese Medicine, 2017)을 활용했다. 그리고 중문으로 된 중국식물지(Flora of China in Chinese, 2107)와 영문으로 된 중국식물지(Flora of China in English, 2017)도 참고했다. 국내 자료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소장된 <향약집성방> 원본을 비롯하여, <국역 향약집성방> (Shin et al., 1989), <신편 대역 동의보감> (Anonymous, 2006) 등을 비롯하여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데이터베이스(Database of Korean History, 2017), 한국고전번역원의 한국고전종합 DB (Database of the classics Korean medicine, 2017),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Information System of Korean History, 2017)과 조선왕조실록(The Annals of the Joseon Dynasty, 2017) 등에서 ‘진교(秦艽)’라는 식물명을 검색했다. 그리고 국내에서 발간된 각종 도감류와 국명집을 비교 검토해서, 고전에 설명된 식물들의 특성에 맞는 분류학적 실체를 파악해서 학명과 국명을 조사했다. 이밖에 진교를 쥐꼬리망초로 간주하기도 했기에, 쥐꼬리망초의 한자명 ‘작상(爵床)’도 검색했다.
결과 및 고찰
중국 고전에 기록된 진교와 작상의 식물학적 특징
기원전 200년부터 기원후 200년 사이의 진한(秦漢) 시대에 편찬된 것으로 알려진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는 진교와 작상이 모두 나온다. 진교에 대해서는 “산골짜기에서 자란다(生山谷.)”고, 작상에 대해서는 “산골짜기와 들판에서 자란다(生山谷及田野.)”고 설명되어 있었다. 진교와 작상을 서로 다른 식물로 설명한 것이다. 이후 657년에 편찬된 <신수본초新修本草>에서도 이 두 식물명은 서로 다른 식물을 지칭하고 있었다. 진교는 “독성이 없으며(無毒)....비오 지방의 산골짜기에서 자라며, 2월부터 8월 사이에 뿌리를 채취하여 말린다. 비오는 지명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감송, 용동, 잠릉 등지에서도 나오며, 길이가 길고 색은 황백색을 띤 것이 좋으며, 뿌리는 서로서로 그물처럼 엉켜있고, 뿌리에는 많은 흙이 달라붙어 있다(生飛烏山谷, 二月八月採根, 曝乾. 飛烏或者地名, 今出甘松, 龍洞, 蠶陵, 長大黃白色為佳. 根皆作羅文相交, 中多銜土.)”라고 했고, 작상은“향유(Elsholtzia ciliata (Thunb.) Hylander)와 비슷한 풀로, 잎은 길고 크거나 또는 부드럽고 가늘다. 못이나 오래된 논의 길 가까운 곳에서 자라며, 적안노모초라고도 부른다(此草似香, 葉長而大, 或如荏且細, 生平澤熟田近道旁, 俗名赤眼老母草.)”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진교는 뿌리는 서로 엉켜 있으며 산지에서 자라는 반면, 작상은 향유와 비슷하나, 잎은 길고 크거나 또는 부드럽고 가늘게 생겼으며 못이나 논이 있는 길가에 자라는 특징을 지닌 것으로 구분했다.
이에 비해 1061년 편찬된 <본초도경>에서는 작상에 대한 설명은 없고, 진교만 설명되어 있었다. 즉 “진교는 비오지방의 산골짜기에 자라는데, 요즘 협주군 강가에서 다수가 있다. 뿌리는 토황색이며 서로 엉켜있는데, 길이는 약 30 cm이며, 굵고 가는 것이 일정하지 않다. 줄기와 가지는 15−18 cm 정도이다. 잎은 가장자리가 파도처럼 생겼으며, 줄기에 달라붙어 있으며, 색은 푸른색으로 상추와 비슷하다. 6월에 칡꽃처럼 자주색으로 꽃이 피고, 그 달에 열매가 맺는다(秦艽生飛烏山谷, 今河陝州軍多有之. 根土黃色, 而相交糾, 長一尺以來, 粗細不等, 枝稈高五,六寸. 葉婆娑, 連莖梗俱青色, 如萵苣葉. 六月中開花紫色, 似葛花, 當月結子.)”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1098년 편찬된 <증류본초證類本草> <권8卷八>에는 앞선 문헌들에 있는 설명들이 인용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진교라는 이름에 지역명을 붙인 4종류의 식물 그림, 즉 진주 지역의 진교(秦州秦艽, http://ctext.org/library.pl?if=en&file=10069&page=107), 제주 지역의 진교(濟州秦艽), 석주 지역의 진교(石州秦艽), 그리고 영화군 지역의 진교(寧化軍秦艽) 그림이 실려 있었으나, 작상의 그림은 없었다. 단지 이 4종류의 진교 그림에 있는 식물들은 모두 다른 종류로 간주될 만큼 서로 달랐다. <신수본초>에서 진교의 자생지로 비오, 감송, 용동, 잠릉 등의 지역명을 기록했는데, 이들 지역명은 중국의 특정 지역이 아니라 중국 전체에서 발견되고 있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는 곤란하나, 다양한 지역에서 진교라는 식물명을 서로 다른 식물에 붙였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진주진교(秦州秦艽)의 화서는 수상화서처럼 보였으며, 잎가장자리는 물결 모양이며, 잎맥이 평행맥처럼 발달하고 있었다. 진교라는 식물명이 한 종류의 식물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식물을 지칭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1596년에 편찬된 <본초강목本草綱目><초지삼草之三>에서 이시진은 “작상은 알 수 없다(爵床不可解.)”라고 하면서도, “평원에서 많이 자라며, 줄기는 사각형이며 마디가 있으며, 층층이꽃(Clinopodium polycephalum (Vaniot) C. Y. Wu & Hsuan ex P. S. Hsu)과 비슷한 무리이다(原野甚多, 方莖對節, 與大葉香薷一樣.)”라고 설명했다. 특히 진교에 대해서는 “진교는 섬서성에서 자라며, 뿌리가 서로 엉켜 그물처럼 되어있는 것이 좋으며, 이런 특징을 지녀 진교 또는 진규라고 부른다(秦艽出秦中, 以根作羅紋交糾者佳, 故名秦艽, 秦糾.)”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본초강목><권상지중卷上之中>에 진교와 작상의 그림을 첨부했는데, 진교 그림 (http://ctext.org/library.pl?if=gb&file=52721&page=40)은 <증류본초>에 나오는 진주진교의 그림과 같았다. 한편, 작상을 그린 것은 잎은 대생하며 화서는 수상화서로 달리며 뿌리는 굵게 발달한 상태였다.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 <증류본초>에 나오는 4종류의 진교 중, 진주진교만을 진교로 간주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진주진교를 제외한 나머지 3종류의 진교 그림은 <본초강목>에서 검색되지 않았다. 이후 발간된 주요 본초서(本草書)에서도(Ahn, 2005) 작상은 검색되지 않았는데, 단지 1695년 편찬된 <본초봉원本經逢源>에서만 약재명으로만 검색되었을 뿐이다. 이에 비해 <본초봉원>을 비롯하여 <본초비요本草備要> (1694년), <본초종신本草從新> (1757년), <본초숭원本草崇原> (1767년), <본초구진本草求眞> (1769년), <본초술구현本草述鉤玄> (1842년) 등에는 약재로서의 진교만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들 책에 식물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중국 고전에 따르면 진교와 작상은 완전히 다른 식물로 간주되어 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진교는 (1) 산골짜기에서 자라며, (2) 뿌리는 그물처럼 엉켜있고, 길이는 약 30 cm이며, (3) 줄기에서 가지가 나누어지며 이들의 높이는 15−18 cm이며, (4) 잎은 잎자루가 거의 없어 줄기에 달라붙어 달리며, 잎가장자리는 파상이고, 잎맥은 3−5 개가 평행맥처럼 발달하며, (5) 화서는 수상화서를 이루고, (6) 꽃은 음력 6월에 자주색으로 피고, (7) 열매는 음력 6월에 맺히며, 그리고 (8) 독성이 없는 특징을 지닌 것으로 파악되었고, 진교라는 식물명은 여러 종류의 식물을 지칭하다가 나중에 한 종류 식물에만 적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작상은 (1) 산골짜기와 들판, 또는 못이나 논 근처에서 자라며, (2) 꿀풀과에 속하는 향유나 층층이꽃과 비슷하며, (3) 줄기는 4각형으로 마디가 발달하며, (4) 대생하는 잎은 길고 가늘며 부드러우며, 그리고 (5) 꽃은 수상화서로 달리는 특징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 진교와 작상의 실체에 대한 논의
중국에서는 진교를 두 종류의 서로 다른 종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중국식물지에서는 진교를 큰잎용담, 즉 Gentiana macrophylla로 간주했으나(Flora of China in English, 2017), Li et al. (2003)은 소박골, 즉 Justicia gendarussa.(≡Gendarussa vulgaris Nees)로 간주했다. 그리고 작상은 한 종류의 식물, 즉 쥐꼬리망초 Justicia procumbens(≡Rostellularia procumbens (L.) Nees)로 간주하고 있다(Flora of China in English., 2002; Li et al., 2003).
이중 큰잎용담은 (1) 뿌리는 30 cm까지 자라며, (2) 5−7개의 잎맥이 나란히 발달하며, (3) 잎가장자리는 울퉁불퉁하고, (4) 7월에 꽃이 피며, 그리고 (5) 중국 진주(秦州)라고 부르는 섬서성에 분포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Flora of China in English, 2017) 중국 고전에서 설명하는 진교의 식물학적 특성과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1) 뿌리가 그물처럼 자라지 않고 곧게 자란 원뿌리에 잔뿌리가 달리며, (2) 줄기는 거의 나누어지지 않거나(Flora of China in Chinese, 2017) 나누어지지 않으며(Flora of China in English, 2017), (3) 근생엽의 엽병은 3−5 cm로 길게 발달하고, (4) 남색 또는 남자주색 꽃은 줄기 끝에 모여 달리고, (5) 열매가 10월에 성숙하는 점(Flora of China in English, 2017) 등은 중국 고전에서 설명하는 진교의 식물학적 특성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소박골은 (1) 뿌리가 서로 엉켜 그물처럼 자라며 (Sonal and Maitreyi, 2011), (2) 줄기는 갈라지며, (3) 엽병이 3−10 mm로 잎이 줄기에 거의 붙어 있으며, (4) 잎가장자리는 약간 파도상을 띠며, (5) 수상화서에 꽃이 달리고, (6) 꽃 하순이 자주색 반점이 있어 꽃이 연한 자주색으로 보이는 점 등은(Flora of China in English, 2017) 중국 고전의 진교에 대한 설명과 유사하다. 그러나 (1) 뿌리가 10−20 cm 정도 자라며(Sonal and Maitreyi, 2011), (2) 잎맥은 중앙맥에서 양쪽으로 5−8 개의 이차맥이 발달하고, (3) 1월에 꽃이 피며, (4) 중국 진주(오늘날은 섬서성 지역)에 분포하지 않는 점 등은(Flora of China in English, 2017) 중국 고전의 설명과 일치하지 않았다.
중국 고전에서 나열된 진교의 식물학적 특성이 한 종류의 식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몇 종류의 식물을 설명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증류본초>에는 4종류의 서로 다른 식물에 ‘진교’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으니, 그 혼란상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같은 혼란은 <본초강목>에 나오는 식물명 진교를 큰잎용담으로 간주하거나(Hempen and Fischer, 2009), 소박골로 간주하게(Li et al., 2003) 만든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반면 작상에 대해서는 이런 불일치가 없이 모두 쥐꼬리망초로 간주하고 있었다. 진교의 식물학적 실체에 대해서는 추후 연구가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 고전에 나오는 진교의 설명은 큰잎용담보다는 소박골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뿌리가 엉켜 그물처럼 자란다는 특징은 큰잎용담에서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Li et al. (2003)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할 때(in all probability)”진교는 소박골이라고 결론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식물지를 비롯하여 중국 본초학과 관련된 현대의 많은 중국 문헌에서는 진교를 큰잎용담으로 간주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전에 기록된 진교와 작상의 식물학적 특성
우리나라에서 편찬된 고전 중에는 진교라는 식물명에 대한 설명만 나올 뿐 식물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1431년 편찬된 <향약채취월령>에“진교는 망초와 같다(秦艽 同網草)”라고 나오는데, 식물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이후 1433년에 편찬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독성이 없다(無毒).”라는 설명과 중국에서 편찬된 <본초도경>에 있는 설명이 인용되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1454년에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진교가 강원도 양양, 영월, 원주, 함길도 길주, 경상도, 황해도 등 4개도 21개 군현의 약재 공물로 진교가 게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1530년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진교가 이들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검색되지 않았다.
이후 1610년 발간된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진교에 ‘망초불휘,’ 즉 망초뿌리라는 한글명이 덧붙여 있고, <본초강목>에 있는 설명이 인용되었을 뿐, 식물에 대한 특별한 설명은 역시 없었다. 한편, 작상의 경우 <향약채취월령>, <향약집성방>, <동의보감> 등에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그리고 조선왕조실록 DB나 한국고전번역원 DB에서 진교나 작상에 대한 식물학적 정보는 발견되지 않았다.
단지 유희가 1820년대에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물명고物名考>에는 진교가 “䅈艽”로 표기되어 있었고, “잎은 개구리자리(Ranunculus sceleratus L.)와 비슷하지만 무척 크다. 6월에 칡(Pueraria lobata (Willd.) Ohwi) 꽃과 비슷한 꽃이 핀다. 뿌리는 망건처럼 서로 교차하여 엉켜있다. 망초이다(葉似石龍芮而極大, 六月花如葛花, 根相交紏如綱巾, 망초)”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그리고 작상爵狀은“들에서 자라며, 향유(Elsholtzia ciliata)와 비슷하나, 눈이 자색이 아니며, 잎에 향이 없다. 들노약이이다(生原野, 與香薷一樣, 但芽不紫, 葉無香, 들노약이)”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또한 1800년대 이후에 편찬된 것으로 알려진 작자 미상의 <광재물보廣才物譜>에는 진교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이 없이 단순히 이름만 나열되어 있었는데 “진교는 진규, 진과, 진교라고도 부른다(秦艽, 秦糾, 秦瓜, 秦膠)”라고 되어있고, “작상은 돌뇌약이이며, 못이나 길가에 자라며, 향유와 비슷하나 잎이 길고 향이 없다. 작상, 향소, 적안노모초라고도 부른다(生平澤道旁, 似香薷, 葉長而不香, 爵床, 香蘇, 赤眼老母草)”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중국 고전과는 달리 우리나라 고전에는 진교나 작상이라는 식물명에 대한 식물학적 정보가 매우 빈약했다. 그럼에도 진교는 (1) 독성이 없으며, (2) 뿌리가 그물처럼 엉켜있으며, (3) 잎은 개구리자리처럼 갈라져 있으며, (4) 꽃은 6월에 자주색으로 피며, 그리고 (5) 강원도 양양, 영월, 원주, 함길도 길주, 경상도, 황해도 등지에 자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작상은 (1) 못이나 길가에 자라며, (2) 전체적으로 향유와 비슷하며, (3) 잎은 긴 편이나 향기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고전에서 설명한 진교의 내용 중 중국 고전에는 없던 내용이 있으니, 잎이 개구리자리와 비슷하다는 점과 국내 분포지가 명기된 점이다. 이 차이점은 유희의 <물명고>에 나오는데, 진교의 “잎은 개구리자리(Ranunculus sceleratus)와 비슷하지만 무척 크다(葉似石龍芮而極大,)”라고 되어있다. 그런데 <신수본초>에는 “개구리자리 무리의 뿌리는 진교와 비슷하게 가늘다(石龍芮輩,根如秦艽而細)”라고 되어있고, <본초강목>에도 이러한 설명이 되풀이 되어있었다. <신수본초>에 개구리자리, 즉 석용예의 뿌리가 진교와 비슷하다고 되어있는 부분을 유희가 진교의 잎과 개구리자리의 잎과 비슷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작상의 경우 중국 고전의 내용과 차이는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진교와 작상의 실체에 대한 논의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식물들의 학명과 국명을 처음으로 같이 병기한 Mori (1922)는 ‘진교秦艽’라는 한자명에 Aconitum longecassidatum Nakai라는 학명을 병기했고, 이 식물은 독성이 있다고 “독(毒)”이라는 글자를 첨부했고, Justicia procumbens에는 ‘爵狀’이라는 한자명과 함께 ‘망초’라는 우리말 이름을 부여했다. <향약채취월령>, <향약집성방>, <동의보감> 등에는 진교와 망초라는 두 식물명이 한 식물을 지칭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Mori가 이 두 식물명을 서로 다른 식물에 붙인 것이다.
이후 Murata (1932)는 Justicia procumbens라는 학명에 ‘진교蓁艽’라는 한자명과 함께 진규蓁糾, 진과蓁瓜, 망초라는 이름들을 나열했다. 특히 Murata (1932)는 쥐꼬리망초를 설명하면서 <본초강목>에 나오는 진교의 설명 중 일부, “진교, 산골짜기에 나며, 뿌리는 토황색이다(蓁艽, 生山谷, 其根土黃色)”를 인용했다. Murata (1932)는 작상이라는 한자명은 사용하지 않고, 중국에서 작상으로 부르던 쥐꼬리망초에 진교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그리고 Chung et al. (1937)은 Aconitum pseudolaeve라는 학명에 ‘진범(오독도기)’이라는 국명과 함께‘진봉秦芃’이라는 한자명을 병기했고, Justicia procumbens에는‘쥐꼬리망초’라는 이름만을 붙였다. Park (1949)은 Aconitum longecassidatum에 ‘흰진범(秦芃)’이라는 이름을 병기했고, Aconitum pseudolaeve var. erectum form. genuinum Nakai에도 ‘진범(오독도기)(秦芃)’으로 표기했고, Justicia procumbens의 한자명으로는 ‘작상’으로 표기했다. ‘교艽’를 ‘봉芃’으로 잘못 표기했을 뿐만 아니라, 한글 발음도 ‘봉’이 아닌 ‘범’으로 잘못 표기했다.
이후 진범이라는 이름은 국내에서 발간된 각종 식물학 관련 문헌(Chung, 1957; Lee, 1993; Lee, 1996; Park, 2007)에서 Aconitum pseudolaeve 또는 A. longecassidatum를 지칭하고 있었다. 단지 쥐꼬리망초라는 이름은 작상과에 속하는 Justicia procumbens를 지칭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진교와 작상이라는 한자 식물명은 식물학 관련 문헌에서 사라졌으며, 우리나라 식물명들을 총정리해서 1996년 발간된 <한국식물명고> (Lee, 1996)에서도 이들 이름은 검색되지 않았다.
그러나 진범, 즉 Aconitum pseudolaeve는 잎이 개구리자리처럼 갈라지며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점을(Lee, 1966) 제외하고는 (1) 독성을 띠고 있고(Noh and Lee, 1983), (2) 뿌리는 원뿌리로 자라며 흑갈색이며(Lee, 1996), (3) 꽃이 총상화서에 달려(Lee, 1996) 중국 고전에서 설명한 진교와는 다른 종으로 추정된다. 흰진범, 즉 A. longecassidatum 역시 꽃이 총상화서에 연한 황백색으로 피어 진교와는 전혀 다른 종으로 추정된다.
한편 쥐꼬리망초는 소박골과 같은 속에 속하는 식물로, 소박골과 비슷하게 (1) 뿌리가 두 갈래로 가느다랗게 갈라져(Jayaweera, 2006) 그물처럼 엉켜 있어 망초(網草)라고 부를 수가 있으며, (2) 잎가장자리는 전연이거나 물결모양을 하며, 자주색을 띤 꽃이 수상화서에 달리며(Flora of China in English, 2017), (3)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Lee, 1996), 약재로도 사용되어(Tsao et al., 2004; Fukamiya et al., 1986), 중국 고전에서 설명한 진교와 비슷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쥐꼬리망초의 꽃은 소박골과 비슷하게 분홍색이며, 2차맥은 일차맥에서 평형하게 발달하고 있어 중국 고전에서 설명하는 진교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진교라고 불렀던 식물은 진범이라고 부르는 Aconitum pseudolaeve일 가능성보다는 쥐꼬리망초 Justicia procumbens일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인다. 그런데 강원도와 경상도 등 21 개 지역이 진교의 생산지라고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되어 있는 반면,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이들 지역에서 진교가 토산물로 기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조선의 전 지역에서 진교는 토산물로 기록되지 않았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있는 토산물, 특히 약재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약재 확보를 위한 기초조사로 진행되었다고는 하지만(Lee and Kim, 2007), <세종실록지리지>에 열거된 토산물들은 특정 지역에서 생산 여부와 상관없이 지역에서 감당해야할 공물의 성격이 강한 반면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있는 토산물은 1530년대의 지역 생산물을 매우 정확하게 수록한 것으로 평가된다(So, 2014).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진교가 누락된 점은 우리나라에서 약재로 사용했던 진교의 식물학적 실체 규명과는 무관하게 한반도에서 진교가 생육하였는지 여부를 의심스럽게 만든다.
비록 <향약채취월령>에 “우리 땅에서 나는 약재(土産藥材)”로 진교를 설명하였으나, 식물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누락되었고, 이후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 등에도 약재명으로 설명이 되어있으나, 설명 내용은 모두 중국에서 편찬된 의서에 있는 것들로 한반도 내에서 분포 여부나 식물에 대한 특성은 누락되어 있었다. 그리고 <세종실록지리지>에서 진교를 여러 지역의 토산물로 기록하였으나, 이후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검색되지 않았고, <고려사> <세가권9> “송 황제가 의원과 약재를 보내오다” 기사에 중국에서 들여온 약재 중에 “경주 진봉(涇州 秦芃)”이 들어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볼 때, 진교는 한반도에 분포하는 식물은 아닌 것으로 사료된다.
한편 작상의 경우, 중국 고전과 우리나라 고전에 나오는 식물 설명과 쥐꼬리망초의 형태는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리고 조선어학회에서 발간한 <큰사전>에서 진교(秦艽)를 쥐꼬리망초로 간주한 것은 Murata (1932)의 견해를 수용한 결과로 추정된다.
진교의 한자 표기와 우리말 번역
진교는 <향약채취월령>에 “秦艽 同網草”로 나온다. 진교를 망초라고 부른다는 의미였다. 단지‘교’에 해당하는 한자가 ‘교艽’가 아니라 ‘호 ’로 되어 있어 ‘진교秦艽’가 아닌 ‘진호 ’로 읽어야만 한다. 그러나 고려대학교 해외한국학자료센터에 소장중인 <향약채취월령> 다른 판본에는 ‘봉芃’으로 표기되어 있었고, 이후 편찬된 <향약집성방>에는 진교가 ‘진교䅈芁’로 표기되어 있었다. ‘진䅈’은 한국고전번역원의 이체자정보(Dictionary of Same Letters, 2017)에 따르면 ‘秦’의 이체자이며, ‘芁’는 중국한자사전(Dictionary of Chinese Letters, 2017)에 따르면 ‘艽’를 잘못 쓴 글자, 즉 와자訛字였다. 따라서 <향약집성방>에 있는 ‘진교䅈芁’는 ‘진교秦艽’이며, <향약채취월령>의 ‘호 ’는 ‘교艽’의 오기로 추정된다. 그리고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진교가 ‘진봉蓁芃’을 비롯하여 ‘진봉秦芃’ 그리고 ‘진교秦芁’ 등 3 가지 유형으로 표기되어 있었는데, ‘진蓁’은 ‘진秦’과 같은 글자이다(Dictionary of Chinese Letters, 2017). 우리 고전에 다양하게 나오는 진교와 관련된 표기, 즉 , 䅈芁, 蓁芃, 秦芃, 秦芁 등은 모두 ‘秦艽’로 써야할 것이다.
식물명 진교秦艽는 최근 중국에서는 주로 큰잎용담을 의미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진범 또는 쥐꼬리망초를 의미하여, 중국에서 부르는 식물과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식물이 일치하지 않는다. 그런데 중국에 있는 식물명과 우리나라에 있는 식물명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사례는 많다. 실제로 조선시대에도 단삼, 방기, 후박, 자완, 긍긍, 통초, 독활, 경삼릉 등은 식물에서 부르는 식물과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식물이 서로 다른 것으로 파악되었다(Lee and Kim, 2007). 따라서 진교를 반드시 큰잎용담으로 번역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진교라는 식물의 분포 여부가 불확실함으로, 진교를 진범 또는 쥐꼬리망초로 번역하기보다는 단순히 진교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진교의 분류학적 실체는 중국 식물지 등에 나오는 큰잎용담으로 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진범이라는 이름과 식물
진범이라는 식물명은 한자 식물명 진봉秦芃을 잘못 읽은 것이며, 분류학적 실체도 중국에 자생하는 큰잎용담이나 소박골과는 전혀 다른 식물인 Aconitum pseudolaeve로 간주한 것이다(4. 우리나라에서 진교와 작상의 실체에 대한 논의 참조). 이러한 실수는 유희의 <물명고>에 있는 진교의 위치와 설명을 잘못 판단해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희는 <물명고>에서 진교에 대해 “잎은 개구리자리 (Ranunculus scleratus)와 비슷하지만 무척 크다(葉似石龍芮而極大)”라고 설명하면서, 진교를 오늘날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에 속하는 식물들과 같이 나열했다. 즉, 모량毛莨(미나리아재비, Ranunculus japonicus Thunberg), 석룡예石龍芮(≡개구리자리), 진교秦艽, 우편牛扁 (Aconitum barbatum Persoon var. puberulum Ledebour), 그리고 초오두草烏頭(Aconitum carmichaelii Debeaux) 순으로 나열했다. 유희의 <물명고>의 분류체계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가 없으나, <물명고>에 나열된 식물들을 검토하면, 유희는 이름이 비슷하거나 형태적으로 비슷한 종류들을 한 무리로 묶어서 나열했다. 아마도 이러한 순서대로 나열되었기 때문에, Mori (1922)와 Chung et al. (1937)이 진교를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Aconitum pseudolaeve로 간주했고, 그러면서 진교秦艽를 진봉秦芃으로 표기했고, 진봉秦芃을 진범으로 잘못 읽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러한 표기가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편이라는 이름은 <원색 한국식물도감> (Lee, 2002)에는 Aconitum pseudolaeve의 한자명으로 나오는데, 우편은 진범과는 다른 분류군이다.
진범의 경우 비록 처음에는 진봉이라는 한자를 잘못 읽은 것이지만, 현재 많은 식물학 관련 문헌에서 진범을 하나의 식물명으로 사용하고 있다(Chung, 1957; Lee, 1993; Lee, 1996; Park, 2007). 한자에는 형태가 비슷한 글자가 부지기수이고 발음이 같거나 게다가 뜻도 비슷하여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가지 사례로 모란牡丹과 목단牧丹의 경우, 모牡를 이와 형태가 유사한 목牧으로 잘못 읽다가 나중에 목단이라는 음가에 맞추어 ‘牧丹’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Paeng, 2011). 모란과 목단은 같은 식물이기에 큰 문제는 없을 수 있으나, 진교와 진범은 서로 다른 식물을 지칭함에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혼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진봉이라는 한자를 잘못 읽어 진범이라는 식물명이 나타났지만, 현재 많은 식물학 관련 문헌에서 진범이라는 식물명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학명과 마찬가지로 국명 역시 “명칭 사용의 안정성”을 중히 여기는 분류학의 일반적인 입장을 견지하여, 진범이라는 식물명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나,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진범과 같은 식물명으로 사용된 오독도기의 경우 (Chung, 1957; Lee, 2002), Mori (1922)가 Aconitum pseudolaeve var. erectum (≡A. pseudolaeve)에 ‘낭독狼毒’과 ‘오독 기’라고 쓰면서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오독도기는 <향약채취월령>에 진교와는 다른 식물로 간주되어 있는데, 한자 향명으로 ‘오독독지吾獨毒只’로 표기된 낭독狼毒을 지칭한다. 낭독을 <동의보감>에서는 “잎과 줄기 위쪽에 털이 있다(莖葉上有毛)”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본초강목>에 있는 낭독狼毒의 설명을 인용한 것이다. 그리고 중국식물지에서는 두 종류의 낭독狼毒, 즉 낭독(Euphorbia fischeriana Steudel≡E. pallasii Turcz. ex Ledeb.)과 피뿌리풀(Stellera chamaejasme L.)이 검색된다. 또한 향명 오독도기는 <향약채취월령>에 2월에 채취하는 낭독과 5월에 채취하는 려여䕡茹에 모두 표기되어 있다. 한자 식물명 낭독과 려여, 그리고 향명 오독도기의 분류학적 실체는 추후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단지 <본초강목>과 1848년 중국에서 간행된 <식물명실도고植物名實圖考>에 있는 낭독의 그림은 낭독(Euphorbia fischeriana Steudel)보다는 피뿌리풀과 더 유사하다.
망초라는 우리말 이름
한자로 된 식물명 진교의 맨 처음 우리말 이름이 망초였다. 처음에는 향명(鄕名)이라 부르면서 한자로 기록되었으나, 1571년에서 1573년 사이에 편찬된 <촌가구급방村家救急方>에는 우리말로 그물풀로 기록되었고(Sohn, 1990), 이후 <동의보감>에는 한글로 망초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조선식물향명집>에는 Justicia procumbens라는 학명과 함께 쥐꼬리망초의 다른 이름으로 기록되었다. 진교부터 시작한 식물명이, 분류학적 실체와 무관하게, 망초와 그물풀을 거쳐 쥐꼬리망초까지 변경된 것이다. 즉, 망초와 쥐꼬리망초는 역사적으로 같은 식물을 지칭하나, 오늘날 식물의 실체는 전혀 다르다. 비록 역사적으로 같은 식물을 지칭했다 하더라도, 오늘날 서로 다른 식물을 지칭하기에 망초와 쥐꼬리망초를 두 종류의 식물명으로 사용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런데 망초라는 이름은 진교의 향명 이외에도 1720년경에 이시필이 편찬한 <소문사설謏聞事說>에 나오는 망초(芒草)와 망초(莽草), 그리고 Mori (1922)의 <An enumeration of plants hitherto known from Corea>에 나오는 망국초와 망초 등도 있다. 망국초와 망초의 경우 나라가 망했다고 해서 망초(亡草)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Lee, 2009), 망초속(Erigeron L.) 식물을 지칭 한다. 그리고 망초(芒草)는 억새속(Miscanthus Andersoon)에 속한 식물들을 지칭하며, 망초(莽草)는 중국붓순나무 (Illicium lancelatum A.C. Smith) 또는 붓순나무(I. anisatum L.)를 지칭한다. 따라서 망초라는 식물명을 사용할 경우에는 한자 또는 학명을 병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Acknowledgements
This study was conducted with the support of the Academy of Korean Studies (in depth study of Korean Culture, 2017).